유전성 질병은 아비견이나 어미견, 혹은 부모견이 모두 감염되었을 때 그 유전자를 통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전해집니다. 유전을 연구하는 유전학은 매우 복잡한 과학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학문입니다.
개의 유전병을 억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유전병 중에는 부분적으로만 유전되어 특정 환경의 영향을 받을 때만 발병하는 종류가 있는데, 이 유전병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된 요소는 단 하나의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유전 원인에 좌우됩니다.
이런 종류의 전형적인 유전병으로 고관절 형성 부전이 있습니다. 이 병은 개의 유전병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질병으로, 고관절이 심한 부식이나 손상이 일어나 뒷다리를 절룩거리는 증세를 보입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이 질병은 약 50%가 유전적 요인이고, 나머지는 환경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어떤 환경 요인이 작용하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지만, 대체로 몸무게, 운동량, 운동 종류, 식사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러한 환경 요인에 의한 유전병의 유전을 억제하려는 시도는 병의 증세를 살피면서 서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교배할 때도 이런 유전병을 지닌 개들은 피해야 합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견종이 고관절 형성 부전을 앓는데, 대게 저먼 셰퍼드 도그같은 대형견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전문적인 저먼 셰퍼드 도그 브리더들의 노력으로, 오래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이 질병을 억제하는 계획을 진행해 왔습니다. 확실한 진전은 있지만 병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병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고관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암컷과 수컷을 교배시켰다가, 나중에 둘 사이에 태어난 강아지가 이 병을 심각하게 앓고 있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유전병의 억제와 관련된 두 번째 문제는, 이 병이 개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비로소 그 증세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전병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암컷과 수컷이 교배 프로그램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교배 프로그램에 속한 개가 특정 질병의 증세를 보일 만큼 자랄 때까지는 그 병에 걸릴 위험이 없다는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극복하였습니다. 고관절 형성 부전을 예로 들어보면, 고관절 점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해당 개의 X-선 촬영 결과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X-선 촬영은 개가 생후 12개월이 지난 후에야 찍을 수 있습니다.
유전병 중에는 직접적으로 유전되어 태어날 때부터 증세를 보이는 질병도 몇 가지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병은 브리더들이 협력하여 유전병 억제 계획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브리더들은 병의 증세를 나타내는 개들이 이런 질병과 비슷한 상태를 나타내는 알 수 없는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대신, 실제로 병에 걸려서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유전병을 억제하는데 브리더들의 공동협력이 가장 훌륭하게 성공한 사례는 아이리시 세터 견종에서 나타나는 야맹증에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브리더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 질병이 직접 유전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여 노력한 결과, 이제 아이리시 세터에게서 이 병은 사라졌습니다.
최근에 진행하는 유전 억제 관리 프로그램은 달마티안에게 나타나는 청각 장애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일정 비율의 달마티안 강아지들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 청각 장애, 또는 부분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브리더들만이 귀가 완전히 먹은 강아지를 식별해 낼 수 있어서, 이런 강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안락사를 시켰습니다.
오늘날 브리더들은 과학 실험을 이용하여 강아지를 분양하기 전에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방법으로 완전 청각장애가 있는 강아지는 물론 한쪽 혹은 양쪽 귀에 부분적인 청각장애가 있는 강아지를 가려냅니다. 부분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견한테 태어난 새끼에게는 완전 청각장애나 부분 청각장애가 유전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많은 개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하는 경우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의 유전병 테스트는 미국에서 비롯되었고, 미국은 아마도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게놈 연구, 즉 모든 종의 유전자 구성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유전병의 연구와 퇴치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합니다. DNA 분자 구조식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정확한 위치가 밝혀진다면 질병마다 적절한 퇴치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도가 실현되리라는 기대는 이제 헛된 꿈이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안에 DNA 테스트는 일상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